2015.1.27.화.
사건의 배경:
몇 주 전부터 천천히 조금씩 유리벽면의 이끼를 긁어내기 시작함. 눈에 잘 보이는 두 면은 70퍼센트 정도, 다른 두 면은 30 퍼센트 정도 긁어낸 것 같다.
그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녹조가 옅어지기 시작했다. 옅어져서 바닥이 보이면서 확인해 보니까 워터코인이 거의 없어지고 잎이 10 개도 안 남은 것 같았다. 이렇게 남은 것들도 이끼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새해 들어서 먹이를 거의 주지 않았다. 그 전에도 일 주일에 한 번 정도 주는 셈이었는데. 대신 빵 부스러기 등등을 줬다. 빵은 유기농 빵이거나 며칠 만에 곰팡이가 핀 부분을 뜯어서 줬다. 그 보다 더 전에 대략 2주일 전에는 과자 부스러기를 줬었는데 별 탈이 없었다.
몇 달 전에 새로 복어항에 복어 2 마리를 사와서 넣었고, 새로 체리 새우 10마리를 사와서 새우항을 마련했다. 수초를 하나 사와서 여러 뿌리로 나눠서 구피항과 새우항에 넣었다.
지난 주 수요일에 돼지고기 바베큐에서 탄 부분을 잘라낸 것을 구피항에 넣어봤다. 탄 부분은 엄지손톱 4 개 정도이고 고기는 모두 손가락 2 마디 정도였다.
며칠 전부터 새끼를 보고 싶다는 요청이 있어서 전에 물벼룩항으로 쓰던 통에 뚱뚱한 구피와 심심하지 않게 다른 몇 마리를 옮겨놓았었다.
사건의 시작:
금요일 경부터 구피들이 한쪽 모서리에 몰려들어서 마치 탈출하고 싶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뭔가 맛있는 게 있는가 싶어서 유심히 봤지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토요일 점심 무렵, 구피들 몇 마리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 계속 구석에 몰려있는 놈들이 있다. 생각해 보니까 녹조도, 이끼도, 워터코인도 거의 없으니까 산소가 부족한 것 같았다.
그래서 화분에 키워놓은 워터코인들을 가져다가 집어넣었다. 나중에는 수반에 키우던 워터코인과 새우항에 있던 윌로우이끼, 복어항에 있던 수초까지 한 뿌리 가져다가 넣었다. 하지만 햇빛이 들지 않는 흐린 날이 계속돼 백열등 스탠드를 2 개 가져다가 켜 놓았다.
사건의 진행:
별로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빛이 충분하지 않거나 물 밖에 있던 워터코인을 바로 물에 넣었을 때 광합성을 잘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어서 물을 2/3 정도 빼고 새우항과 복어항의 물로 바꿔 넣어 주었다. 그런데 어쩌면 이게 잘못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복어항의 물만 1L 정도 플라스틱 용기에 넣은다음 좀 팔팔한 4 마리를 집어넣어서 피난을 시켰는데 오히려 생기를 잃는 것을 봤다. 그 동안 물을 서로 조금씩 섞어줘서 거의 같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그렇지가 않았다면 오히려 물이 너무 달라서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계속 악화되는 상황이었으니까 더 나빠진 것은 아니었을 것 같긴 하지만.
구피들 몸에 흰 반점이 생기는 놈들이 있었다. 그래서 백점병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김. 새로운 구피가 들어온 적은 없는데 갑자기 그럴 수가 있을까? 그런데 복어와 새우를 새로 사왔고 서로 물을 섞었으니까 가능성이 제로인 것은 아닌 셈이다. 그래서 전에 쓰고 남은 백점병 치료제를 가지고 치료 수조를 임시로 만들고 수십 마리를 한 시간 정도 목욕시키고 한 번씩 헹구고 다시 구피항으로 돌려보냄. 그런데 거의 영향이 받지 않은 것처럼 계속 죽는다.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시체들을 치워서 묻어줬다. 대략 40 마리가 죽었다. 어쩌면 구피 똥이 너무 많아서 계속 너무 안좋은 물질을 생성하고 있는가 싶어서 사이펀을 사다가 구피똥을 제거하려고 했지만 일요일이라서 이마트가 문을 닫았다. (지난 번에 한 번 대청소하고 흙을 마사토로 바꾼 뒤에 한 번도 치우지 않아서 똥같은 부유물의 층이 2cm 정도 마사토 위에 쌓여있었다.)
월요일 아침에 사이펀을 사다가 구피똥을 치웠다. 자꾸 마사토나 잡초가 끼어서 제거하는 게 힘들었다. 그리고 물이 딸려나올 수밖에 없어서 물이 거의 없어질 지경이었다. 그래서 하루가 지나지 않은 수돗물을 그냥 넣을 수밖에 없었다. 똥을 90퍼센트 정도는 치운 것 같다. 하지만 증세가 호전되지 않는 것 같다.
화요일 아침에 드디어 몇 시간 정도 햇빛이 들었다. 그러므로 이제 산소 부족의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여전히 구석에 몰려 있는 놈들이 많다. 오늘도 시체를 30 마리 정도 치웠다.
신기하게도 토요일 정도부터 구피항에서 새끼들이 여러마리 발견됐다. 위기의 시점이 되어 출산율이 급증한 걸 수도 있겠지만 알이 성숙하기까지 몇 주가 걸리는데 위기를 미리 예견했을리는 없을 것이고, 아마 큰 놈들이 약해져서 쉽게 잡아먹지 못하니까, 혹은 수초가 많아져서 숨기 쉬워서, 그렇게 된 것 같다. 그러고 보면 평소에 그렇게 많이 잡아 먹히고 있었던 것일까? 이 새끼들은 수반에 옮겨 놓았다.
사건의 분석:
이끼와 녹조가 사라지면서 물에 있던 미생물들의 균형이 깨지고 산소부족과 함께 전염병이 발발한 것일까?
혹은 고기 탄 것을 먹거나 탄 부분이 물에 섞여들어가 구피들에게 독처럼 작용한 것일까? 흑연이 물이 섞여 들어가서 구피들이 떼죽음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혹은, 복어나 새우에서 전염병이 흘러들어온 것일까?
정확한 요인은 모르겠다. 아무튼 수초도 없고 이끼도 없는 상태에 방치해 놓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다.
결과:
목요일 아침에 10 마리 정도, 금요일 아침에 10 마리 정도의 시체를 더 치웠다. 지금까지 모두 90 마리 정도가 죽은 것 같다.
이제 구석에 몰려 있는 놈들은 더 이상 없다. 10 마리 정도 살아있는데 활기가 없고 먹이에 관심을 갖는 놈들은 한 두 마리에 불과해서 아마 곧 모두 죽을 것 같다.
구피항에 남겨놓은 새끼들은 6 마리 정도인데 아직 모두 잘 살아있는 것 같다.
오토싱은 2 마리가 모두 살아있다.
그 다음 주 목요일 아침에 보면 성어는 7 마리 정도 살아있고 며칠 동안 죽은 놈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몸에 흰점이 있는 놈도 있고 몸을 수초에 쳐대는 놈들도 있다. 새끼들은 수반에서 10여 마리가 살고 있고 몸에 흰 점이 있다거나 행동이 이상한 놈들은 구피 수조로 옮겨 놓았다. 그래서 구피 수조에 있는 새끼들도 10 마리 정도. 양쪽 모두 대체로 먹이는 잘 먹는다.
2015.2.27.금
며칠 전까지 수반에 새끼 12 마리, 구피항에 새끼 4 마리와 어른 6 마리가 살고 있다. 먹이는 비슷하게 주고 있는데 구피항에의 워터코인들에 털같은 이끼가 아주 길게 자랐고 아마 이걸 먹어서인지 이 구피항의 새끼들이 훨씬 더 크다.
새끼들의 몸에 아주 작은 흰 점들이 있었는데 이제 거의 없어졌다. 아니면 많이 있는 놈들은 죽어 버려서 그렇게 보이는지도 모른다.
며칠 전에 수반의 새끼 5 마리를, 그리고 오늘 나머지를 모두 구피항으로 옮겼다.
그런데 어제 새로 새끼들이 몇 마리 태어난 것 같다. 정확한 수는 모르겠지만 새끼들의 수가 모두 20마리는 넘어가는 것 같다.
2015.10.18.일
새끼를 계속 낳고 있고 아마 전부 100 마리 정도 되는 것 같다.
구피를 정리하기로 결정.
시페루스가 너무 키가 커져서 60cm 정도 되는 것 같다. 유리수조에 있는 에키노도로스도 2촉은 너무 커져서 잎이 물 밖으로 삐져 나오는 건 물론이고 잎 한 개가 손 한 개 정도로 켜졌다. 원래 잎의 크기 가 손가락 한 개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같은 종인지 의심스러울 정도.
시페루스와 너무큰 에키노도로스 2 촉, 그리고 윌로우 모스를 플라스틱 수조에 모아서 베란다에 내 놓았다.
체리새우는 원래 생이새우의 일종이고 생이새우는 우리나라 야생에서 생활하는 놈들이기 때문에 겨울나기가 가능하다고 한다.
혹시 몇 마리 못 잡은 새우들이 플라스틱 수조에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계속 살아남을 가능성이 꽤 있다.
유리수조에서 시페루스를 뽑아내고 사이폰으로 물을 뽑아내면서 구피들을 잡았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뜰채를 하나 사가지고 잡으면 훨씬 수월하게 했을 것 같다. 물을 거의 뺀 다음 새끼들을 잡는 게 아주 성가신 일이었다.
물이 빠진 쪽에 있던 새끼 한 마리는 조금 지나서 구출했지만 행동이 이상해졌고 유리수반에 넣어뒀는데 나중에 보니까 죽어있었다.
건져낸 구피들을 큰 락앤락 통에 담아서 이마트 수족관에 갖다 줬다.
새끼 한 마리를 계속 못 잡고 모래 사이에 끼었는지 종적을 찾을 수 없었는데 나중에 한 마리가 남아있는 걸 발견했다.
이 유리수조에 새우들도 넣어서 같이 키웠는데 상당수가 잘 살고 있었고 아마 윌로우 모스 덕분이겠지만, 새끼 새우들도 몇 마리 발견했다.
새우들만 있는 플라스틱 수조에서는 수면의 물을 일부 퍼서 유리수조로 옮기고 새 물은 주로 이 새우 수조에 넣어줬었는데, 유리 수조에는 물을 보충해 주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새우들이 잘 살고 있는 걸 보면 새우라고 해서 물을 자주 갈아줘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마도 시페루스의 꽤 많은 양이 되었기 때문에 + 워터코인 등 다른 수초들이 잘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오토싱은 5마리 이상인 것은 확실한데 6마리가 모두 살아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유리수조에는 새우와 오토싱들 그리고 남은 구피 새끼 한 마리를 넣어두고 워터코인들과 에키노도로스 3 촉을 넣어두었다. 워터코인들이 너무 많아서 다 심기 어려울 정도.
한 가지 걸리는 것은 이제 시페루스가 없어서 질산을 해소할 수 없을 거라는 건데, 키가 작은 시페루스들을 키우는 방법을 시도하려고 한다. 그래서 10여 개의 줄기를 잘라서 물에 꽂아두었다. 너무 물이 깊으면 싹이 물 위 까지 올라오지 못하고 썩어 버리기 때문에 수조에 물을 중간 정도만 채워 놓았다. 참고로 유리 수반에는 물꽂이로 키운 작은 시페루스가 자라고 있는데 키가 딱 유리 수조 정도로 작다.
유리 수반에 새우들을 몇 마리 더 넣고 워터코인을 여러 개 더 심었다.
2019.1.3.금
한 마리가 남아서 사각수조에 키우던 구피가 오늘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사각수조는 조개 물벼룩을 제거하기 위해 대청소를 하는 노력을 하고 한동안(1년 정도?) 조개 물벼룩이 보이지 않았으나 지금은 다시 창궐하고 있다. 틈틈이 잡아서 베란다에 하수도에 버리고 있지만.
새우도 많아져서 100 마리 정도 될 것 같다.
한 마리 남은 오토싱은 잘 살고 있다.
에키노도로스 3 촉을 베란다에서 따로 키우다가 몇 달 전(?)에 다시 사각수조에 넣어주었다. 신기하게 처음에는 비슷한 크기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대, 중, 소의 크기가 되었다. 구피를 키울 때는 너무 커져서 보기에 안 좋았는데 구피에 비해 새우들은 똥을 많이 만들지 않는지 적당한 크기를 유지하는 듯 하다.
요새는 워터코인도 이끼가 많이 끼지 않고 적당히 잘 자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