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백 작품.
예전에 이 작품을 읽고, 왜 그렇게 좋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얼마전 어디선가 줄거리를 봤더니 뭔가 내가 본 것과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다시 봤는데, 알고 봤더니 내가 전에 봤던 것은 전체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뭔가 아귀가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었던 것 같다. 혹자는 <대도오>를 또 혹자는 이 작품을 좌백의 대표작으로 꼽는다.
혈기린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리는 게 1, 2부, 그리고 그 이후가 3부에 나온다. 1, 2부는 탁월한데 비해 3부는 그리 재미있지 않아서 전쟁을 벌이는 부분은 건너뛰면서 봤다. 그러고 보면 <천마군림>같은 작품에서도 나타나지만 좌백은 개인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에는 탁월하지만, 단체전에 있어서는 별로인듯. 어쩌면 내가 그런 류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서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숭인문>에서 사천당문의 싸움 장면은 그렇게 지루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일부러 왕일이나 왕일의 친구들에게 괴로운 상황을 계속해서 안겨주기 위해 무리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부분들이 있다. 거금을 갖고 있으면서 그걸로 고수를 고용하지 않고 혼자 쳐들어가서 죽을 뻔 한다든가, 점창파의 인물 하나를 죽였다고 장로를 포함해 16명이 출동한다든가.
아무튼 좌백은 그나마 문학작품의 반열에 오를만한 작품을 쓰는 무협소설 작가 몇 명 중에 드는 것 같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눈 오는 밤에 묘당에서 마맹정 일행을 만나고 패염을 죽이기까지의 장면.
호쾌한 재미는 <비적유성탄>같은 작품보다 못하지만 <혈기린 외전>도 다른 의미에서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