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10108    nodeId: 10108    type: General    point: 134.0    linkPoint: 1.0    maker: cella    permission: linkable    made at: 2006.04.27 10:09    edited at: 2006.11.27 11:23
지식채널 e
http://www.hani.co.kr/arti/culture/entertainment/119087.html






2006년 4월 27일 기사



지식을 배우는데 가슴이 뭉클하네

사람과 사회, 문화와 자연 따뜻한 시선으로 뒤집어보기

정보와 감성의 결합 한편의 ‘뮤직비디오’ 보는듯





김소민 기자







▲ 38면







EBS ‘지식채널 e’ 들여다보니

교육방송 〈지식채널 e〉(월~금 밤 8시55분·10시·10시55분·11시50분)가 5분 동안 전하는 지식은 논리가 아닌 감성을 자극한다. 대중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공감하게 한다. 영상과 음악으로만 세상의 뒷면에 눈 돌리는 메시지를 만든다. 일주일에 4편, 〈지식채널 e〉에선 완결된 형태의 가르침이 아닌 생각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사람, 사회, 문화 등으로 범주(카테고리)를 넓혀가며 딱딱한 통계 수치의 나열만으로도 뭉클한 에너지를 만든다.



지난해 9월 처음 전파를 탄 이 프로그램은 제18회 한국방송프로듀서상 실험정신상을 받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추천방송으로 뽑았다. 무엇보다 시청자의 호응이 뒷심을 받쳤다. 누리꾼들은 블로그로 퍼나른다. 프로그램에 나온 음악에 대한 질문이 밀려들어 제작진은 인터넷 게시판에 따로 꼭지를 마련했다. 요즘엔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소개할 아이디어를 게시판에 올리기도 한다.



특별하게 보기= 5분짜리 뮤직비디오 같은 이 프로그램의 형식은 방송 환경의 변화와도 맞물린다. 디엠비로 이동하며 짬을 때우고, 프로그램을 인터넷으로 내려받아 돌려보는 데는 짧고 강렬한 형식이 어울린다. 5분짜리인 한국방송의 〈TV동화 행복한 세상〉이 따뜻한 이야기를, 와이티엔의 〈돌발영상〉이 튀는 정보를 내세운 데서 나아가 〈지식채널 e〉는 정보와 감성의 결합을 시도했다.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재미없으면 말짱 도루묵일 테다. 영상과 음악의 찰떡궁합으로만 밀고나가다가는 질릴 텐데 제작진은 기발한 구성으로 치고나온다. ‘사랑 5부작’에선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에서 과학, 언어학 등을 건져 올린다. 현상을 이루는 정보의 미세혈관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만남의 순간에 뇌 속 호르몬의 변화 등을 따라가다 이별의 순간에 언어학자 소쉬르의 이론을 적용한다. 골치 아픈 이론이현실의 이해를 넓혀주는 재미있는 각주가 돼 돌아온다.



뒤집어 보기= 당신이 보는 것은 진실인가? 〈지식채널 e〉의 힘은 대개 답하기보다 질문하는 데서 나온다. 미디어 카테고리 안에 담긴 ‘뉴스 1’ 편은 언론의 게이트키핑(정보를 선택하는 과정)이 진실을 어떻게 왜곡할 수 있는지 기발하게 보여줬다. 영화 〈킹콩〉의 장면 아래 뉴스 속보가 흐르며 이 ‘납치극’을 전한다. 킹콩을 보호하려는 주인공의 손짓은 살려달라는 구호로 바뀐다. 이어지는 국제 뉴스 “백악관은 괴수의 출현과 알카에다와의 관계를 부정하지 않았다.” ‘블러드 폰’ 편. 그룹 ‘짜르’의 발라드 ‘드럭’에 맞춰 콩고와 시에라리온의 비참한 내전 장면이 흐른다. 휴대폰의 원료인 콜탄과 값비싼 다이아몬드의 뒷면이다.



따뜻한 시선= 당신은 안녕한가? 〈지식채널 e〉는 사회적인 소재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술’ 편에선 성추행 사건을 일으킨 최연희 의원을 에둘러 비판하는 등 시의성 짙은 기획도 내놓는다.



시선은 사회가 감싸안지 않는 사람들을 향한다. 짧은 영상을 내세운 형식의 한계 탓에 깊이 있는 해결책을 내놓지는 못하지만 어두운 현실을 조명하는 것 자체가 힘을 발휘한다. ‘나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편. 비에 젖은 차창 따위의 화면 뒤로 13년간 가정 폭력에 시달린 폴레트 켈리의 시가 흐를 뿐이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이 절절하게 전해진다. ‘어느 퇴근길’은 장애인들의 이동권 문제를 다루는데 ‘클론’의 ‘소외된 외침’이 귀에 꽂힌다. 이밖에도 왕따, 혼혈 차별 등도 다뤘다. 맨발의 마라토너 아베베 비킬라의 이야기, 노예의 이름을 거부했던 무하마드 알리, 이해해 주는 사람 없어도 우주의 소리를 담은 음악을 만들려 했던 찰스 아이브스 등 사회적 억압이나 편견에 맞선 인물들의 이야기는 〈지식채널 e〉가 만드는 감동의 고갱이를 이룬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교육방송 제공





한송희 피디 “300초 만들려고 온갖 매체 이 잡듯 뒤져요”





〈지식채널 e〉는 한송희·김진혁 피디와 구성작가 4명, 음악감독과 편집 담당자, 조연출 2명이 일주일에 4편씩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이다.



영상은 주로 교육방송에서 나갔던 프로그램을 이 잡듯 뒤져 찾아내 붙인다. 1960년 아베베 비킬라가 올림픽에서 달리는 장면, 무하마드 알리와 조지 포먼의 경기가 이렇게 되살아났다.



인터넷 블로그에서 찾아낸 왕따 피해자의 글은 ‘오늘 내가 죽는 날입니다’ 편에 흘러 시청자의 마음을 두드렸다. 한송희 피디에게서 〈지식채널 e〉의 지향과 만드는 과정에 대해 들었다.



-기획이 특별한 것 같다.



※지식 자체가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정보를 영상으로 보여주며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게 목표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통합적으로 지식에 접근하려 했다. 한번 보고 끝나는 방송이 아니라 계속 접할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려고 5분짜리 형식을 택했다.



-어떻게 만드나?



※작가 4명의 캐릭터가 각각 독특하다. 이들이 각자 영역을 정하지 않고 모든 부문을 뒤진다. 신문, 잡지, 책, 인터넷 가리지 않는다. 주제에 대해 일반적인 공부가 돼야 구체적으로 들어갈 수 있다. 방송은 짧지만 때로 자료 조사한 게 책 한권 분량이 되기도 한다. 아까워서 인터넷 게시판에 ‘시청자 지식창고’라고 꼭지를 만들어 내보내지 못한 내용을 담았다. 기존 다큐멘터리 따위를 샅샅이 뒤져 영상을 찾는데 꼭 맞는 게 없어 엎어진 적도 있다. 그래서 ‘사랑 5부작’처럼 직접 찍기도 한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다.



※호평이 대부분이지만 메시지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다. 예를 들어 호찌민 편에 대해 “왜 공산주의자를 미화하느냐”는 항의도 있어 놀랐다. 그 정도 시각에 대해선 공감대가 이미 형성된 줄 알았는데….



-앞으로 〈지식채널 e〉는?



※보편적인 교양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시의성을 따라가기엔 프로그램의 성격상 부족한 면이 있다. 하지만 지식의 범위를 확대해가자는 의견이 많아 사회적 소재의 폭은 넓혀 가려 한다. 동화 같은 느낌만 줘서는 안 되기 때문에 사회적 소재와 일반 교양의 비율을 3 대 7 정도로 맞추려 한다. ‘뉴스 1’ 편을 시작으로 미디어 시리즈도 해볼 생각이다.



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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