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10258    nodeId: 10258    type: General    point: 230.0    linkPoint: 3.0    maker: cella    permission: linkable    made at: 2006.11.28 13:32    edited at: 2006.11.28 13:32
나무에 관한 네 개의 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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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관한 네개의 소묘 | 기타 2006/09/20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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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peoples





아프리카 어느 마을에는 아니, 스위스 어딘가에는 나무묘지가 있다고 한다. 사람의 유해가루를 나무뿌리에 주사하는 그곳에선 몸의 찌꺼기와 영혼이 키 크고 단단한 나무로 온전히 다시 태어난다. 아, 한 소설가의 말처럼 ‘말을 않고 살아도 되고, 양팔을 벌리면 햇살이 녹색의 잎사귀들을 황금으로 도금하고, 내일 찾아올 폭풍우 소리를 미리 듣는' 나무가 되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이더냐. 혹 그곳이 너무 먼 길이면 또 어떠하랴, 지금 그 숨결을 고스란히 따라 읽으면 그뿐.



EDITOR 홍지은 pHOTO 최상규, 한수정







소목장 박명배 숨결 아래 숨결, 문갑의 체취



"작업복으로 갈아입으시는 것은 어떨까요?” 이런, 마음은 이미 후회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흙 묻고 군데군데 뜯긴 그의 셔츠를 보고 있자니 그것이 얼마나 우매한 주문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목장 박명배. 그에게 작업복이란, 부러 목적을 위해 차려입는 무엇이 아니라 이미 살갗에 가까웠으므로. 그것은 비단 옷뿐이 아니다. 나무를 옮기고, 켜고, 문지르고, 태우는 그 모든 작업이 이미 그에게는 일이 아니라 날숨 들숨과 같은 삶의 일부다. 하긴 열일곱부터 나무와 함께해온 그였으니 너무나 당연한 결과인지도. 전통가구를 제작하는 그는 이미 이 분야에서는 누구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만한 인물이다. 물론 대통령상을 수상했다거나 그의 가구가 청와대 안방과 로마 교황청 박물관 한국관, 스웨덴과 베를린 등 각 나라의 한국문화원에 놓여 있다는, 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얼굴이라는 타이틀이 그것을 증명하고는 있지만 오랜 고목과 같은 그 손을 목도하는 순간 되레 그 모든 수식은 거추장스럽게 느껴질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나무의 속내를 읽어내는 일은 아직 끝나지 않은 숙제처럼 보인다.









“같은 나무라도 생장조건에 따라 색상이나 강도, 무늬와 결이 다 다르지. 물가인지, 산허리인지, 비바람을 얼마나 맞았는지가 그 나무를 만드는 데 다 중요한 요소가 돼. 나무는 생장이 어려울수록 덜 자라고 덜 자랄수록 나이테가 촘촘해서 아름다운 나무가 되니… 어때, 사람하고 똑같지?”



그러나 누가 그 속을 열어보지 않고 나뭇결을, 그 완고한 속살을 미리 점칠 수 있을까. 오랜 시간 나무와 함께한 그이지만 나무 앞에서만큼은 겸손하고 또한 겸손한 이유다. 우리의 전통가구를 말할 때 흔히 단순한 선과 나뭇결(木理)을 살린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특징으로 꼽는데 나무 원래의 모양이 그만큼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게다가 그의 말을 빌리자면 나무가 가구로 다시 태어나려면 오랜 기다림까지 감내해야 한다. 우선 원목을 베어 밖에서 3년 정도 숙성시킨 다음 나무를 켜서 5년 넘게 말려야 한다고. 결국, 운 좋게 멋진 나무를 만나더라도 8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에야 제작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니 이해타산을 생각하면 쉬 할 수 없는 일인 게다.



“가구에 대한 구상이 끝나면 4분의 1 축척으로 먼저 그려본 후 1대 1 비례로 정면부터 평면까지 상세하게 그려둬. 그러고는 가장 잘 보이는 벽에 붙여두고, 오고 가며 눈에 익히는 거지. 그러다 오류가 있으면 바로바로 수정작업을 하는 거야. 나무가 수분을 빨아들여 건조한 겨울에서 초봄까지밖에 작업하지 못하는 것 알우? 나무는 살아 있거든. 아무리 치밀한 작업을 거쳐도 예기치 못한 상황이 비일비재해.”



워낙 빈틈없이 정교한 작업 과정을 거치는 터라 그가 만든 가구는 철에 따라 뒤틀리는 일이 없지만 그는 언제나처럼 자만하지 않는다. 자귀, 인두, 못과 망치, 호비칼, 실톱, 그므개와 대패, 끌조각도…. 이름도 생소한 수백 가지의 연장으로 오늘도 나무에 숨을 틔우는 소목장 박명배. 그의 손끝에서는 한 그루의 나무가 문갑과 탁자, 장과 농, 소반과 서안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흔들림 없는 견고함을 토해내나 싶은 순간, 유순한 질감을 선사하고 그러다 문득 매콤하고 달콤한 향을 뿜어내는 그의 가구들. 가을볕이 뜨거운 오후, 컹컹 백구가 짖는 마당가로 나와 끝까지 배웅하는 것을 잊지 않던 소목장에게선 그렇게 나무의 체취, 그 단아한 문갑의 체취가 한가롭게 풍겼다.









THE WOOD STUDIO 이들의 풍류,

툭탁하는 황홀한 순간



찾아간 날은 허호 실장이 막 스피커 인클로져의 마무리 작업을 하던 차였다. 자작나무로 만들었다는 그것은 한 마리의 고래처럼 반질하게 윤이 났고, 유려한 곡선 사이에서는 향긋함이 배어 나왔다.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그것의 지지대를 어떻게 짤 것인지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오고 갔고, 때문에 그 틈에 끼어 얘기를 나누는 것은 조금은 민망한 일이었다.



‘THE WOOD STUDIO.'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면 당신의 예상이 맞다. 이곳은 내로라하는 사진작가 조남룡과 허호 그리고 사진프린트 전문가 김명성이 의기투합해 만든 목공방, 말 그대로 나무 스튜디오다. 이미 데이라이트라는 포토스튜디오의 공동대표이기도 한 그들이지만 이제는 사진작가 외에 목수라는 타이틀이 하나씩 더 생긴 터다.







셔터를 누르던 손으로 목장갑을 낀 채 나무를 다루는 모습이 여간 놀랍지 않지만, 또 그렇게나 잘 어울리는 것은 그들 자체가 나무를 닮아 있는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먼저 잘생긴 참나무를 연상케 하는 조남룡. 곧게 뻗은 팔다리가 그러하고, 환하게 웃을 때 드러나는 건강한 치아는 한낮의 초록잎보다 더 싱그러워 보였으니까. 게다가 허호와 김명성은 느티나무와 소나무처럼 강직하면서도 멋스러운 기운을 풍겼다. 우연인치 필연인지 이들은 모두 예전부터 목공일에 관심이 있어, 각자 작게나마 작업실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고는 지난해 12월 아예 용인에 터를 잡았다. 그들의 표현대로 ‘놀이터'가 마련된 것이다.



“나무를 본격적으로 다뤄보자 했더니 장소가 문제더군요. 나무를 건조하고, 또한 갖가지 장비들이 있어야 할 공간이 필요했어요. 정말이지 마음먹고 ‘놀기'위해 만든 공간이라고 해야겠지요.”



하지만 이 놀이터를 채운 다양한 목재와 전문도구 등을 보노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에까지 건너가 공수해온 샌딩 테이블과 집진 시설, 슬라이딩 톱과 유압·수압 대패기까지 100평 남짓한 작업장의 수준은 웬만한 가구 공장을 능가하기 때문. 그뿐인가 오크, 월넛, 체리 등 고급 나무 또한 구비해놓았으니 그야말로 ‘일급' 목공소가 마련된 셈. 합판이나 MDF, 집성목 등의 소재가 아니라 ‘진짜배기'원목만 취급하는 것이다. 어떻게들 알았는지 문의도 끊이지 않더란다. 하지만 이들의 원칙은 하나. 부러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면서 깨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다. 때문에 은퇴한 서울대 미대 교수, 젊은 주부 등 회원들은 모두 자신의 창작물을 만들어가며 은연 중에 목공일을 익히게 된다. 그렇게 절단부터 가공, 다자인까지 스스로 즐기며, 함께 고민해 작품이 탄생하니 곳곳에 창작열이 흥건할밖에.



“예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어느 순간부터 대패질이 재미있더군요. 나뭇결을 그대로 따라가며 밀고 밀리다 보면 왠지 모를 만족감이 밀려오기도 하고. 나무의 참다운 맛이 거기에 있겠지요. 공정마다, 단계마다 새로운 느낌이 든다는 거.”

그들에게는 ‘찰칵'이든 ‘툭탁'이든 그 모든 순간이 황홀하기 이를 데 없다. 사진이든 목공일이든 숨죽인 디테일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어쩌면 그런 이유로 이 순간에 매혹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조만간 그 매혹의 결과물을 보게 될 것 같다. 전시를 준비 중이라고 하니, 그들의 마당 한켠에서 각자의 개성이 오롯이 살아 있는 작품을 만날 날이 오겠지. 나무를 다루는 혹은 닮은 이들의 심성은 어쩌면 이렇듯 하나같이 닮아 있을까. 무심한 듯, 따스한 그러면서도 뭉근한 존재감. 그네들만의 풍류 가득한 목공방은 오늘도 더딘듯 차지게 흐르고 있다.







헤펠레 DIY 목공방 김홍진·김혜겸 부부

빵 굽는 목공방



흠흠, 이것은 필시 빵 냄새다. 담백하고 결 고운 ‘착한 냄새'. 그러고 보니 공방 가득한 나무 또한 오븐에서 막 구워낸 크로와상 빛깔이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헤펠레 목공방 평촌점은 고객의 주문에 따라 가구를 짜기도 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목공 교육을 하는 DIY 숍. 이미 곳곳에는 회원들의 손때 묻은 작품이 옹기종기 앉아 있다.

“좀더 인간적이고 친근하고, 무엇보다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뭘까 생각했죠. 물론 나이 먹고 할아버지가 돼서도 할 수 있다면 더 좋을 테고. 두말할 것도 없이 목공일이더군요. 물론 나무에 대한 로망이 어린 시절부터 있었고요.”









공방 주인 김홍진 씨는 출판계에 몸담고 있다가 그야말로 인생의 2모작을 이뤄낸 셈이다. 본디 서양미술을 전공한 그는 학창시절에도 나무 소재로 작품을 많이 만들었다고. 하지만 업으로 삼고 보려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당시만 해도 목공일을 체계적으로 배울 만한 곳이 없었던 터라 고민하던 차, 헤펠레 목공방의 커리큘럼을 보고 주저 없이 택했다. 나무에 관련한 모든 것을 기초부터 다시 배우고, 전문 과정까지 마스터한 그는 그렇게 일정기간 교육을 이수하고 이곳을 꾸리기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그는 특수 기능성 하드웨어 소재로, 견고한 전통 짜맞춤 가구의 느낌을 살린 조립형 DIY가구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덕분에 덩달아 ‘목수의 아내'가 된 김혜겸 씨는 지금은 누구 못지않은 도색 전문가로 남편이 만든 가구에 생기를 입히고 멋을 더해 그 매력을 배가하고 있다. 종일 나무를 자르고, 조립하고, 도색하는 모든 작업의 즐거움 또한 ‘함께' 나누면서.



“나무를 다루는 일에 관심이 많지만 정작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분이 많아요. 우리 회원 분 중에 정년 퇴직하시고 이제사 목공일을 배우는 분이 계신데, 정말이지 그 솜씨에 저희도 깜짝 놀랄 때가 많지요. 작품이 완성되는 것을 보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 또 그것이 바로 저희의 즐거움이기도 하고요.”



본인들과 같이 그저 ‘나무'가 좋아 공방 유리문을 미는 회원들에게 이곳은 그저 작업실이 아니라 이야기 꽃을 피우는 사랑방이며, 또한 자신의 꿈을 완성해가는 꿈의 일각이다.



무엇보다 안전성이 확보돼야겠지만 일본이나 유럽처럼 아이들의 창의력을 높이고 ‘함께'하는 즐거움을 일깨우기 위한 목공교육을 하고 싶다는 김홍진, 김혜겸 부부. 그들은 수공구를 다루는 것이 쉽지 않다면, 그저 나무를 이어붙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쉽게 접근하는 것도 좋단다. 기술보다는 자신의 성향, 또한 기질을 잘 파악하고 나무와 친해지는 것이 먼저다.

폴 오스터의 <빵 굽는 타자기>에는 정말 빵을 굽는 타자기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물론 이곳에도 오븐과 갓 구워진 빵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실한 무엇이 전해주는 진정성은 분명 누군가의 허기를 채워주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그것이 타자기를 통해 세상에 나오는 몇 줄의 글이든, 내 아이가 엉덩이를 걸치는 작디작은 의자이든간에.











<못과 망치> 김상림 木, 행복한 이종교배를 꿈꾸다



신기하게도 키 작은 한옥집에 들어서는 순간 참으로 모던하다는 느낌이 든다. 결이 살아 있는 책상이며, 손때 묻고 낡은 목공 연장들, 그리고 반듯반듯 잘생긴 나무 액자. 분명 자연이 잉태한 나무로 만든 것들인데 어째서 이렇듯 깔끔한 느낌이 드는지 모를 일이다. 전통적이면서도 모던하다?! 이 어리둥절함을 눈치 챘는지 예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입을 여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이곳의 주인장 김상림 씨다.



“나무도 쇠처럼 차가운 느낌일 수 있지요. 금속보다 더한 차가움이 분명 나무에도 있습니다. 바로 그것이 나무의 매력이기도 하고. 어떤 종류의 나무를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느냐에 따라 나무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니까요.”







사실 그의 애정은 나무보다 사진이 먼저였을지 모른다. 원래 출판을 업으로 삼아오다, 사진의 매력에 빠진 그는 ‘똑' 떨어지는 느낌의 액자를 찾을 길 없어 자신이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1년 반 동안 홍대 앞의 유명 액자집에서 무보수로 액자 만드는 일을 거들며 배운 것이 시작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 나무였을까? 그는 “그저 좋아서”였다고 말한다. 그저 자연 그대로의 나무가 좋고 어린 시절부터 대패질이며 날리는 톱밥마저 인상 깊었다니 나무와의 인연은 운명으로 결론지어도 좋겠다. 게다가 지금은 그것을 시작으로 강화도에 터를 잡고 갖가지 소품과 가구를 만드는 소목까지 병행하고 있다니 말이다.



“액자도 패션입니다. 유행에 민감하기도 하고, 때에 따라 프레임 안의 내용을 더 돋보이게 하거나 그 반대의 역할을 하기도 하지요. 프레임 두께의 0.1~0.2mm 차이로도 그 느낌이 전혀 달라지기도 하고. 저는 액자 혹은 나무소재의 작품들이 그저 일상이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한 그루의 나무를 만나는 일처럼 자연스럽게 그 속에 스며들었으면 하는 것이죠.”

때문일까, 그가 좋아하는 액자는 나뭇결이 살아있는 바랜 듯한 나무 액자. 하나같이 나무의 한 부분을 뚝 떼어다 그냥 걸쳐놓은 듯 자연스러운 모습은 원목을 켜서 원하는 크기로 자른 다음 나무에 색깔을 입히고 겉을 태우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렇게 살아난 나뭇결에 수성 물감으로 색을 칠하고는 젖어 있을 때 헝겊으로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살살 문지른다고. 질감뿐 아니다. 대패 모양과 문틀 등 옛 우리 물건들은 그의 손에서 액자로 재탄생한다. 언뜻 보면 예스럽다가도 또 어찌 보면 독창성과 모던함이 엿보이는 김상림만의 액자. 낡은 문화가 아니라 그야말로 살아 숨쉬는, 새롭게 태어난 전통인 셈이다. 그렇게 그는 전통과 현대 그리고 자연과 일상의 조화를 빚고 있다.



“오동나무는 특히 습도 조절에 탁월해요. 옷가지를 넣어두면 한여름에도 뽀송뽀송하지요. 사진기자 양반도 필름 보관하는 데 좋을 거예요, 아마.”



한켠에 자리 잡고 서 있는 장을 더듬으며 그가 웃는다. 자신이 직접 지은 <못과 망치>라는 작업실 이름처럼 그저 망치 하나면, 나무 한 그루면 행복한 이 남자. 오늘도 그의 손에서는 나무의 슴슴한 결이 눈부신 감각을 입고 켜켜이 새로운 잎을 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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