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10595    nodeId: 10595    type: General    point: 140.0    linkPoint: 3.0    maker: cella    permission: linkable    made at: 2008.06.09 11:55    edited at: 2008.06.09 11:55
하나와 앨리스


(kidsb.net CinemaPlay board)



2004.11.30



저는 좀 길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 영화는 하나의 거짓말에 따라 스토리가 정해집니다.

그리고 하나의 거짓말이 선배의 기억을 정하기도 합니다.

그 선배는 처음에 앨리스를 좋아하게 되고, 심지어 그것을 기억해내고,

끝부분에서는 (아마도) 하나를 좋아하게 되면서 끝나니까요.

이것을 해석하자면 하나의 말이 미래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과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그것은 '머리에 심한 충격' 혹은

'기억상실'이라는 것을 통해서 가능하게 되는 거죠.(혹은 그럴듯하게 보이게)

이것을 더 세밀하게 보면 미래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사람의 운명에,

혹은 이와이라는 화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과거에 미치는 영향은 한 사람의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보기엔 하나라는 이름은 꽃이라는 명사이며 동시에

말한다(하나스)라는 동사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 선배를 이와이의 분신으로 해석하면... 이야기는 더욱 더

흥미로운 구조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 선배가 너무 못생겼다는 평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

러브레터의 남자애에게 너무 깊은 인상을 받은 게 아닐런지.



앨리스만 보이는 것은 앨리스가 너무 예뻐보여서가 아닐까요? :)

저는 하나가 더 좋았습니다만.

이 영화에서 앨리스는 춤추는 사람의 역할을 하죠. 결국 현실에서

엔터테인먼트계(이야기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하나의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이와이의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다른 많은 이야기들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알레고리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면 작품이 너무 단순해지는데

이 영화에서는 재미있는 '역할바꿈'이 종종 끼어들고 있습니다.

앨리스가 하나를 꽃집에서 불러내 같이 발레학원에 다니고

하나가 선배를 좋아하게 되는 건 앨리스의 말에서 비롯된 거고

앨리스는 하나의 만담을 들어주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김춘수의 시를 이와이가 알고 있었을까요?



ps. 히로스에 료코나 <트릭>의 남자 주인공도 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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