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islaw Lem 소설.
SF 가 아닌 추리물. 코믹하거나 풍자적인 면도 없는 작품. 그런데도 별로 지루하지 않게 읽었다.
Lem 의 작품은 아주 밀도가 높다는 느낌. 차분하게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서 견고한 성을 만들어 내는 느낌이다. Arthur Clarke 의 작품들을 연상시킨다.
마지막에 수학자의 지적도 일리가 있지만, 바로 처음으로 시도된 시뮬레이션의 실행자인 주인공이 바로 적중된 케이스가 됐다는 점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차라리 그 수학자의 주장에 공감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 예를 들어 1년 뒤 -- 적중된 케이스에 대한 보고서를 주인공이 입수하게 된다는 정도로 마무리를 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어쩌면 작가는 그 수학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런 암시나 지적은 찾아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