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11169    nodeId: 11169    type: General    point: 23.0    linkPoint: 1.0    maker: cella    permission: linkable    made at: 2010.11.02 12:26    edited at: 2010.11.04 21:31
악마를 보았다
김지운 감독 작품.

이병헌, 최민식 주연.

두 사람의 연기는 훌륭하고 감독도 그런대로 괜찮다. 문제는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것. 최민식의 악행과 형벌 중 악행에 너무 무게 중심이 치우쳐져 있다. 피해자들은 죽거나 생사가 불분명할 정도인데 최민식은 손목 하나 발목 하나 망가지고 머리에서 피가 나는 정도니까 너무 비율이 안 맞고 관객들은 꿀꿀한 기분이 들 수 밖에. 최민식이 가하는 폭력의 수위를 줄이라는 게 아니라 그가 받는 폭력의 수위를 그가 가하는 것에 걸맞게 올려야 한다는 것.
게다가 상처입은 짐승이 날 뛰듯이 풀려난 최민식에게 희생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누군가 평한 것처럼 "악마를 본 게 아니라 바보를 보았다"가 되고 만다. 계속 희생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왜 계속 풀어주는 건데? 별로 고통도 많이 안 주면서. 아주 답답한 영화다.

차라리 처음부터 이병헌이 최민식에게 심한 신체손상을 가하고, 보통 사람이라면 "이 정도면 무장해제 됐겠지"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최민식이 모종의 방법으로 (이런 부분에서 영화적인 상상력과 기발함이 필요하겠지만.) 계속 폭력을 휘두르고 다니는 패턴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짰으면 이 두가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고 평들에 언급되는 시지프스나 니체의 괴물 이야기 같은 것이 더 그럴 듯하게 적용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한다. 그리고 재미있는 점은 나오는 여자들이 어디서 본 듯한 여자들인데 사실은 아니라는 것. 시작하면서 윤진서라는 이름을 본 듯해서 이병헌의 약혼녀가 좀 닮았나? 했는데 아니었고 살인범 일당과 같이 사는 여자는 김옥빈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고 별장 주인으로 나온 여자는 이소연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왠지 박찬욱의 복수 3부작을 연상시키는 이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최민식의 친구들이 같이 나오는 장면은, 특히 생고기 (찾아보니까 인육이라고 함)를 먹는 부분과 김옥빈 닮은 얼굴을 가진 김인서가 허옇게 분장하고 나온 것 때문에 박찬욱의 박쥐를 연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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