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작가의 <시크릿 가든>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과연 결말까지 훌륭한 작품으로 완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보면서 처음에 느껴지는 것은 '대사가 장난 아닌데'라는 인상.
문어체적이면서 인터넷 세대의 최근 흐름을 반영하는 용어들이 난무하는,
어떻게 보면 단점이랄 수도 있는 것이 대사의 재미에 파묻힌다.
음운을 지키는 문장들이 많은 것도 그렇고 전형적이지 않은 신선한 표현들이
다수 등장한다. 그리고 이런 신선함은 작가의 솔직함에서 우러나온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다.
그런데 작가는 이런 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선언한다. 그러면 남은
방법은 비현실적인 장치, 여기에서는 몸이 바뀌는 상황을 집어넣는 수 밖에 없다.
한 마디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부유층과 빈곤층의 결합은
그들의 영혼이 바뀌는 것보다 더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걸 보면서, 상속을 많이 받는 순서로 청춘남녀들을 줄 세우고
1등과 꼴등, 2등과 두 번째 꼴등, ..., 이런 식으로 결혼시키는 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해봤다. 그러면 '사회 지도층'은 저절로 '소외된 이웃'을 자기 아이처럼
보살피게 되지 않을런지. 실현 가능성, 개인의 선택권, 등등 다른 모든 것을
무시하고 잠깐 지나간 생각에 불과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