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 작품.
세 개의 이야기가 차례로 나온다. 모두 주인공은 이자벨 위페르.
홍상수는 <오 수정>에서부터 반복과 변주를 즐겨 사용하는데 초중반까지는 약간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마지막에 가서 세 이야기가 모아지는 지점에 이르면 묘한 감동까지 느껴진다. 또, 꿈과 상상의 장면들이 몇 개 나온다.
거의 모든 대사가 영어로 이루어졌다. 한국에서 프랑스 여자와 한국 사람들이 줄곧 영어로 대화하는 상황의 묘한 느낌.
예를 들어 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해변에 내 던진 소주병은 아마도 깨져서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이 밟을 뻔한 그 소주병일 것이다. 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숨겨놓은 우산을 다른 이야기 주인공이 찾아서 쓰고 간다. 한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국 여자와 바람난 남편과 이혼했는데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국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 자기가 자신을 돕는 사람이고 또한 자기가 자신을 해치는 사람이기도 한 것이다. 마치 모든 사람은 한 사람이라는 보르헤스를 연상시킨다.
여자는 등대(light house)를 찾아다니는데 찾기도 하고 못찾기도 한다. (중간에 앉아있던 자리 앞에 있는 게 아마 등대인 것 같다.)
여자는 해양구조원(life guard)을 만난다. 이 해양구조원을 불을 피우는 사람이기도 하다.
해양구조원으로 나오는 유준상이 유독 웃기다. 문소리는 진짜 임신했을 때 찍은 것 같다. 김용옥의 연기가 별로 어색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