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3.21.목요일
몇 달 전부터 아마존 프로그비트를 사려는 생각이 있었다. 일본에서 물고기를 기르는 어떤 사람이 몇 년째 무환수, 무여과로 잘 하고 있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이 아마존 프로그비트를 사용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물고기를 기르면 물고기가 똥이나 오줌을 배출하고, 혹은 죽어서 바닥에 숨겨져 있는 경우가 생기게 마련인데 이런 것들이 썩어서 암모니아가 발생한다. 많은 수생식물이나 미생물이 암모니아를 제거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암모니아를 그냥 없애는 게 아니라 이것을 질산염으로 바꿔버리는 식이라고 한다. 이 질산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식물이나 미생물은 그리 흔하지 않은데 그렇다고 그리 구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부레옥잠에는 잔뿌리가 많고 성장이 빠른데 잔뿌리에 붙어서 공생하는 남조류가 그러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커서 부담스럽다. 미나리도 실제 실험해 본 사람의 글을 읽어보면 질산염 제거 효과가 탁월하다는데 오래 물에 넣어두면 줄기가 썩어버리는 문제를 갖고 있다. 이것은 줄기를 들어올려서 뿌리만 물에 담그는 방법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데 아직 한두 달밖에 되지 않아서 지속적으로, 말하자면 몇 년의 시간을 버텨 줄런지 알 수 없다. 좀개구리밥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 실험 결과를 보면 그다지 큰 도움은 안 되는 것 같다. 뿌리의 길이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대안으로 미리 준비해 놓으려는 것이 좀개구리밥보다 조금 더 큰 개구리밥 혹은 그보다 더 큰 아마존 프로그비트였다. 게다가 아마존 프로그비트는 그런대로 귀여운 꽃도 피운다고 한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아마존 프로그비트에 대해 찾아봤다. 그랬더니 이것은 자라밥과 비슷한데 이것은 잎이 오목하고 자라밥은 잎이 볼록하다는 글이 있었다. 어떤 판매 사이트에서는 아마존 프로그비트 옆에 괄호를 하고 그 안에 자라풀이라고 적어놓았다. 조금 더 찾아보니까 자라풀은 잎이 하트 모양이고, 아마존 프로그비트는 그냥 동그란 모양이라는 것, 그리고 자라풀을 자라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참고로 자라풀의 꽃은 아주 소박하면서도 예쁘게 생겼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아마존 프로그비트가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한결 더 크다는 걸 알게 됐다는 거다. 대충 500원자리 동전 크기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더 검색을 하다 보니까 아마존 프로그비트와 같은 모양이면서 크기만 더 작은 종류가 있다는 글을 찾았다. 그 글에 따르면 보통 아마존 프로그비트라고 부르는 것은 Limnobium Laebigatum 이나 Limnobium Spongia 인데, 그 글을 쓴 사람은 Limnobium Laebigatum 과 비슷한 모양이면서 더 작은 종류를 기르고 있다는 것이다 (http://blog.naver.com/kriblove?Redirect=Log&logNo=100050047681). 하지만 이것의 학명이나 유통명은 적어놓지 않았다. 게다가 이 글은 2008년에 쓰여진 것으로 글쓴이는 몇 년동안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고 있었다.
한편 "프로그비트"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 품목을 검색해보면, "아마존 프로그비트"라는 이름 옆에 "드와프 프로그비트"를 파는 가게도 있고 "플로그비트"라는 이름으로 소형, 대형을 나눠서 파는 가게도 있다. 먼저 이 "플로그비트"라는 것은 "프로그비트"를 잘못 쓴 것이 분명한데, 전화해서 물어보니까 소형과 대형을 나눠놓은 것은 종에 따라서 그렇게 한 게 아니라 아직 어린 개체와 다 자란 개체를 나눠놓은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 사실 좀 이해가 안 가는 대답이다. 어차피 며칠만에 두 배로 늘어나는, 성장이 무척 빠른 식물인데 개체의 수가 크기보다 훨씬 중요한 것 아닌가? 그런데 대형 한 촉이 소형 3촉보다 더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또 "드와프 프로그비트"를 파는 곳에 물어보니까 크기는 거의 비슷하고 색이 약간 다르다는 답을 들었다. 그러면 뭐하러 "드와프"라는 말을 붙인 걸까? 둘 다 납득이 가지 않는 설명들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 가게들은 실제 식물을 기르는 농장에서 도매로 사다가 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잘 알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과연 이 가게들이 하는 얘기들이 맞는 걸까?
Dwarf Frogbit 를 구글에서 찾아봐도 쓸만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서양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이름이라는 거다. 조금 더 찾아보니까 일본 라쿠텐에서 파는 품목 중에 ドワーフフロッグビット가 있었다 (http://item.rakuten.co.jp/chanet/17415/). 일본에서 찾아보니까 많은 꽤 많은 자료를 찾을 수 있었고, 아마존 프로그비트와 크기 비교를 해 놓은 사진도 찾을 수 있었다. 잎의 크기가 대충 1cm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되고 보니까 "플로그비트"를 파는 가게에서 한 얘기 또한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았다.
한편, <그린 피쉬>라는 가게에서 파는 수생식물 중 "후로그비트"라는 게 있는데 사진과 설명을 보면 아마도 이게 그냥 개구리밥이라고 하는 종류인 것 같다. 구매자의 평을 보면 크기가 1cm 정도라는 얘기가 있고, 전화를 해서 물어보니까 5 ~ 7mm 정도의 크기라고 한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이 개구리밥이 아마존 프로그비트보다 모양이 더 좋아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 품목이 불과 며칠 전부터 품절이고 언제 다시 물건이 들어올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인터넷을 한참 찾아봐도 이 그냥 개구리밥은 파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구매를 보류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금요일에 헌릉화훼단지에 가는 길에 수생식물을 파는 곳을 찾아 보았다. 귀거래향이라는 가게와 그 맞은 편에 연주식물원이라는 곳이 있었다. 귀거래향에서는 수생식물을 일부 가지고 있는 정도였는데 연주는 수생식물만 파는 가게였다. 물어보니까 아마존 프로그비트나 자라풀이 가끔 들어오지만 지금은 없다고 했다. 좀개구리밥이 많이 있었는데 그냥 개구리밥은 없냐고 물어보니까 거기 있는게 개구리밥이라고 했다. 개구리밥이 환경에 따라서 작게 크기도 하고 크게 자라기도 한다는 거다. 그러면서 좀개구리밥은 훨씬 작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찾아본 자료에 따르면, 타원형의 모양이나 그 크기 모두 좀개구리밥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내가 이상하다고 하니까 한 연꽃 화분에 담긴 좀개구리밥 사이에 꽤 큰 개구리밥이 있는 것을 보여줬다. 잎의 크기가 대충 7mm 정도 돼 보였다. 이것은 동그란 모양과 크기 모두 내가 알던 개구리밥과 일치했다. 개구리밥과 좀개구리밥이 섞여있으니까 그냥 두 가지가 한 종류라고 알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이 큰 것을 가져가면 되겠다는 생각에 살 수 있냐고 물었더니, 좀 당황스럽게도, 안된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미 팔려서 배달을 기다리는 물건인데 산 사람은 그 연꽃 화분에 들어있는 개구리밥까지 산 것이기 때문에 한 개도 빼낼 수 없다는 거였다. 하긴 큰 개구리밥은 두세 개밖에 없었으니까 전혀 말이 안되는 건 아니지만, 자기 말대로 같은 종류라면 어차피 금방 늘어나는 건데 한 개쯤 줄 수도 있는 거 아닐까?
그래서 그날 저녁 그냥 인터파크에서 "플로그비트" 소형 3촉과 자라풀 3촉을 주문했다. 오늘은 일요일인데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만약 이게 판매자 말대로 보통 크기로 크는 종류라면 "드와프 프로그비트"를 다시 주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