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작품.
기요시 감독의 작품은 <Cure>에서 처음 접했는데 그 마법적인, 최면적인 효과에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평범함을 쌓아올려서 비범한 작품을 완성하는 감독이다. 좀 어두운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에게 가까와지기 어렵기는 하다.
이 <도쿄 소나타>에 나오는 인물들 하나하나가 과거에 인상적인 배우들인데, 먼저 아버지 역할의 남자 배우는 <유레루>에서 호연을 보여준 카가와 테루유키, 어머니 역할은 <맨하탄 러브스토리>의 코이즈미 쿄코, 그리고 강도 역할에는 <큐어>의 야쿠쇼 코지가 나온다. 그리고 장남은 코야나기 유, 막내는 카이 이노와키. 둘 다 처음 보는 것 같은데, 특히 카이 이노화키는 원래 그렇게 피아노를 잘 치는 아이인건가?
처음 30분 정도 지났을 때 지루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는데,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흥미로운 사건들이 전개되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강도와 함께 차를 타고 가는 장면들은 너무 웃기고, 그 일상성과 비일상성의 충돌이 일으키는 효과는 우디 알렌의 <To Rome With Love>의 성악가 장면들 정도로 극적이다.
마지막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서, 왜 그런지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지만 (이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 바로 마법을 본 것 같은 효과를 일으킨다),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그 다음에 아버지의 눈에 눈물이 고인 얼굴을 보여준다. 이건 기요시 감독이 나와 잘 맞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관객이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이런 타이밍이 계산에 의한 것이든 직관에 의한 것이든, 그 결과는 놀랍다. 게다가 연주가 끝나고 관객들이 그냥 (박수도 치지 않고) 멍하니 서 있거나 앉아있도록 한 것은 앞부분의 평범한 듯하고 정적인 기조와 잘 어울리고, 또한 무엇보다도 약간 비현실적인 느낌을 불러 일으키는 데에 일조한다. 아마도 이렇게 전체적으로는 일상적이지만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양과 모양의 비현실적인 요소들을 집어넣는 것이 기요시 마법의 포인트인 것 같다.
한편, 이 영화의 이야기는 마치 일본 사회를 한 가정으로 축소해 놓은 듯하고 따라서 실업문제나, 권위주의문제 등등에 대한 일종의 사회비판적인 영화라고 볼 수도 있다. 어머니나 아버지 모두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희망을 직접적으로 말하기도 하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주변 인물들이 죽어 나가는 것은 마치 이들이 전쟁터에서 살아간다고 묘사하는 것같다. 심지어 장남은 미군으로 자원입대하여 중동지방에 파견되기도 하고. 하지만 마지막에 장남이 미군에서 나와서 중동 사람들 편에서 일하기로 결심하듯이 이 가족은 전쟁터에서 빠져나오는 걸로 이야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