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 2012년 작품.
해원 역에 정은채, 그 애인 역에 이선균.
제인 버킨이 인사동에서 정은채를 만나는 장면에 잠깐 나온다. 제인 버킨의 딸이 샬롯 갱스부르라고 한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정은채와 샬롯 갱스부르가 닮았다. 그런 점에 착안해서 정은채를 캐스팅한 건가? 정은채는 찾아보니까 <초능력자>에 나왔었는데 원래 성격이 영화에 나오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에서 내내 통이 넓은 청바지를 입고 나오는데 사진을 찾아보면 바지 입는 것을 좋아하는 듯. 영화 안에서 교수(혹은 강사)인 이선균과 사귀는 학생으로 나오는데, 통념 상으로는 더 약자지만, 영화에서는 찌질하고 여린 이선균에 비해 더 당당하고 능동적이다. 원래 홍상수 영화에 나오는 남자들은 찌질한 캐릭터들이 많은데, 여자들이 이렇게 당당했던가? 잘 기억이 안 난다.
영화는 요즈음 홍상수 영화가 흔히 이용하는 살짝 다르게 반복하기의 구성을 따른다. 게다가 전보다 꿈을 더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중반 이후 부분의 어느 부분이 꿈이고 어느 부분이 현실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러니까 끝에 가서 잠에서 깨어나는 장면을 집어 넣은 것이 아주 큰 효과를 낸다.
정은채 인터뷰를 보면, 영화를 7회차 촬영으로 끝냈다고 한다. 촬영할 때 원 샷 원 테이크로 끝낸다고. 대본이 촬영하는 날 아침에 나오니까, 그리고 워낙 소교규로 10명 이내의 스탭으로 촬영하니까, 오히려 부담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배우들이 노개런티로 출연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