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 델피는 볼 살이 많이 빠져서 나이들어 보이고, 에단 호크도 볼 살이 많이 빠지고 머리와 수염이 덥수룩해서 그런지 추레해 보인다.
말이 하도 많아서, 아니 잘 못 알아들은 부분들이 있어서 정확하지는 않은데 이 둘은 결혼은 하지 않고 파리에서 쌍둥이 딸들과 함께 산다.
그리스 남부의 어떤 집에 초대받아서 휴가를 보내면서 전 부인과 미국에서 살고 있는 아들이 왔다 가는 날 자정까지 일어나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주로 그 아들과의 관계가 주 갈등 요인이다.
육체관계에 대한 너무 직설적인 말과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Before Sunrise> 나 <Before Sunset>에서도 그랬었나?
어떤 할머니가 자기 남편과의 관계를 얘기하면서 인생은 "passing through"라고 하는 장면이 제일 좋았는데, 감독은 굳이 그런 '주제'를 전면에 부각시키지 않고 그 장면을 그냥 '지나가게' 한다.
아마 전작들도 그랬던 것 같은데,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감독과 같이 각본에 공동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둘이 대화하는 장면 하나하나가 너무 길어서, 그러니까 배우가 대사를 외워서 하는 게 아니라, 상당부분은 그냥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이 만들어낸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주 자연스럽다.
그러고 보면 이런 형식으로 홍상수가 영화를 만들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 년 정도에 한 번씩 만나는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
두 사람이 이렇게 같이 살게 된 것이 좋아 보이기도 하고, 이번에도 하루를 같이 보내는 것으로 했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조금 더 시간을 보태서 두 사람의 자녀들이 <Before Sunrise>에서처럼 우연히 만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