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작품.
각본은 Wentworth Miller. <Prison Breaker> 의 주연 배우라고 한다.
어느 평론가가, 부분들은 세련됐는데 모아 놓고 보면 별로라고 평했는데 내 느낌도 비슷하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면 일단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말하자면 악당이라고 할 수 있는 찰리가 충분히 강력하지 않다는 점이다. 조나단을 해치울 때 더 교묘하게 계획을 세웠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관객의 허를 찌르는 바보같은 캐릭터. 결국 그 때문에 정신병원에서 20 년을 보내지 않는가. 둘째, 이야기의 굴곡이 별로 없어서, 클라이막스라고 할 만한 게 없다. 좋게 말하면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인데, 다 보고 나면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남는다.
스토리를 약간 고쳐서, 리처드가 오히려 강한 살인 본능을, 강한 통제력과 함께 가지고 있고, 찰리는 리처드가 무서워서 집을 떠났고, 리차드가 모종의 이유로 행방불명 혹은 죽자마자 찰리가 돌아오고... 이런 식으로 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에 찰리를 죽인 다음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 경찰의 의혹을 일소할 수 있는데, 그런 방법을 택하지 않고, 경찰을 일부러 대낮에 길가에서 죽이는 것도 이해가 안 가고. 스토커 가문이 대대로 살인본능과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고 살아온 것이라면, 그렇게 발각되기 쉬운 방법으로 살인을 하면 안 된다. 이런 여러가지 것들이 모여서 영상이나 편집은 좋지만, 그리고 이야기의 모티브는 좋지만, 이야기 자체는 별로인 영화가 되고 말았다. 인디아가 살인을 쉽게 할 수 있는 어른 스토커로 성장했다는 걸 보이기 위해서라면, 물론 이것은 꼭 필요한 것인데, 자신을 괴롭히던 학교애들같은, 그 대상이 될 후보는 많지 않은가.
스토커 가문 사람들이 아주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다는 설정. 본능적으로 살인 혹은 살생을 즐긴다는 설정은 흥미롭다. 어디에서 읽었는데, Stoker 라는 이름이 소설 드라큘라를 지은 Bram Stoker 를 연상시킨다고 한다. 영화에서 그리 강조하지는 않지만, 드라큘라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면이 조금 있다. 살인 본능을 성적인 것과 연관시킨다든가, 찰리가 순간 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을 넣었다든가. 차라리 이런 면을 조금 더 강조했으면 영화의 전체적인 밋밋함이 완화됐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