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11826    nodeId: 11826    type: General    point: 21.0    linkPoint: 1.0    maker: cella    permission: linkable    made at: 2013.08.26 08:55    edited at: 2013.08.26 08:55
설국열차

김지운이 미국에서 만든 영화는 제목도 기억 안난다.
박찬욱의 <스토커>는 괜찮은 작품인데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봉준호의 <설국열차>는 헐리우드의 입김이 덜 들어간 건지... 꽤 훌륭한 작품이 되었다.
사실적인 면에서 따지면 여러가지 걸리는 게 많지만 이것은 하나의 우화다, 라고 받아들이고 보면 문제될 것 없다.
(원작 만화도 원래 그런 거였을 것이다.)

꼬리칸 사람들이 노동을 제공하는 이야기였다면 이것은 단순히 현 자본주의 사회의 알레고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 노동의 요소가 들어갔다면 그들의 분노에 더 쉽게 동조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노동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일개 형식의 사회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인생 자체에 대한 얘기가 되었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성스러운 엔진"은 신을 의미하고 열차를 만들고 지배하는 윌포드는 신을 구체화한 사제를 의미한다.
그리고 열차(세계)를 부수고 밖으로 나가는 고아성과 흑인 소년이 바깥 세계의 생명(북극곰)을 보는 게 영화의 마지막 장면.
마지막에 커티스의 선택에 따라 열차가 부서지고 아마 대부분의 승객들이 죽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결과를 보면, 이게 현실적인 얘기라면, 커티스는 영웅이 아니라 재앙이다. 바깥으로 나가는 게 좋은 선택이라면 그냥 윌포드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지도자가 된 다음에 밖으로 나가면 될 것 아닌가?
다시 이 영화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고 일종의 우화라는 관점에서, 커티스의 선택은 마치 <데미안>에서 낡은 세계를 깨고 밖으로 나가는 선택과 같고, 그런 관점에서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백인 소년이 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황인과 흑인 두 사람이 살아남는 결말은 아담과 이브를 연상시키면서 또한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유래한 것을 연상시킨다. (물론 열차에 생존자가 더 남아있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잔인한 장면이 많아서 초등 어린이는 보지 않는 게 좋다는 평들이 많은데, 중간 학년 이상 정도면 봐도 괜찮을 것 같다.

Return to 코스트코 품목 or 설국열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