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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이야기
악기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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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아줌마
이웃추가
| 2014.02.2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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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은 참... 비싼 악기입니다.
10만원대의 저렴한 연습용 악기부터 수백억을 호가하는 올드바이올린까지....
현역에서 활동하는 전공자들은 최소 수천만원~억대의 악기를 쓰고요.(흐미...악기 하나가 웬만한 전세집한채네요...ㅠㅠ) 입시생들만 되어도 최소한 천만원이 넘는 악기를 대부분 소유하게 됩니다.
이렇다보니 호호는 본의아니게 주변에서 어떤 악기를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상담을 많이 받게됩니다. 사실 악기에 대해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저희 모녀가 수차례에 걸쳐 악기를 업그레이드 하다보니 이러저러 악기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듣게 되고 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상식을 적어볼까 합니다.
1. 연습용 악기
요즘은 중국산이 대세입니다. 심로같은 유명 브랜드도 대부분 중국 OEM으로 만들어요.
국내의 좀 규모가 큰 악기상들은 대부분 중국 현지 공장들과 연결되어 있어서 자체 라벨을 제작하여 악기사만의 공급 루트를 형성하고 새학기때마다 대량의 연습용 악기를 학교 등에 공급합니다.
활, 케이스, 악기까지 15~20만원 이하면 거의 구입 가능하니까... 대체 이 복잡한 악기의 조립 공정을 어찌하였기에 저 가격이 나오는지....참 불가사의할 뿐입니다.
그렇다고 소리가 꾸린것도 아닙니다. 애초에 불량품이 아니라면 도미난트 같은 수입현을 달아주는것 만으로도 비교적 연습용으로 쓰기에 흠잡을데 없을 만큼 썩 괜찮은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흠냐... 이걸 다 세트로 주고도 9만9천9백원....ㅎㄷㄷ
2. 공장제 반수제
연습용 악기의 고급형 정도라고 보면 될거 같아요.
각 판형은 기계로 재단하고 조립하되, 보급형보단 조금 좋은 원목과 테일피스, 페그 등등의 악세서리가 부착됩니다. 악기 소리에 있어 나무의 질은 매우 큰 영향력을 가진 요소이므로 보급형 목재가 아닌 가문비/단풍나무 조합을 사용한다는거 만으로도 보급형보단 소리의 질이 훨씬 부드럽겠지요.
대부분의 현악기상들은 연습용악기와 마찬가지로 중국 현지 공장들과 연결된 자체 라벨의 고급형 연습악기 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격은 대략 40~70만원대.
악기상들은 이걸 공장제 반수제라면서 부모들에게 권하곤 하는데.... 사실 반수제란 말이 맞는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무리 기계로 깍아도 사람 손은 필요하니까요. 뭐... 좀 숙련공들이 마감한 악기라고 치자면 반수제란 말이 적합할지도 모르겠고요.
요즘은 이렇게 백통도 팔아요. 키트를 사서 자기 취향에 맞는 색깔도 칠하고 페그나 테일피스 등등... 악세서리도 세팅할 수 있지요.
예전엔 독일이나 유럽산 공장제 반수제들이 1-200만원대에 거래되곤 했습니다만....
공정은 중국산이나 비슷하지만 made in germany 란 라벨만으로도 기백만원을 훌쩍 뛰어넘게 되니까...요즘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악기 가격이 두배라고 해서 악기 퀄리티가 두배 넘는 가격만큼 차이나는건 아니겠죠.
3. 공방 수제
여기서부터는 본격적인 장인들의 세상입니다. 공방 수제를 저는 워크샵 악기라고 부릅니다.
라벨에는 제작한 공방의 이름이 들어갑니다.
공방의 숙련공들이 앞판, 뒤판 등을 따로 따로 분업식으로 제작하여 조립한 형태의 악기입니다. 사람손이 많이 가는 작업들을 나누어 작업하면 아무래도 단가는 떨어지고 숙련도는 증가하겠지요. 이렇게 만들어진 악기들은 공장형 악기들보다 훨씬 정제되고 부드러운 소리를 주고, 조립단계에서 일정부분 소리의 조율 작업도 병행하게 됩니다. 가격은 국산 공방 기준으로 250만원~350만원대 정도이고, 이또한 악기사들은 인건비가 비교적 싼 중국이나 체코, 슬로베니아 등등의 북유럽 공방들과 연결하여 자신들만의 판매 경로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중국산이나 북유럽산은 200만원대 이하로도 구입하실 수 있으며, 독일이나 이태리 등의 유럽산은 워크샵 악기로도 4-500만원선의 가격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 레벨의 악기를 구입할 땐 선생님이나 전문가와 동행하여 악기의 상태와 소리의 색깔 등등을 확인하고 선택하는것이 좋을것입니다. 악기 가격은 편차가 있지만 소리가 가격에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좋은 악기를 고를 식견이 있다면 싼 가격에도 좋은 악기를 고를 수 있습니다.
부전공자나 취미생들이 사용하던 공방 워크샵 악기들이 중고시장에 싸게 나온 것들을 잘 고를 수만 있다면 이 또한 괜찮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4. 장인의 제작
악기 라벨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제작자 이름과 연도가 분명히 표시되어 있다면 이것은 한 사람의 장인이 공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작업한 것입니다. 악기 하나 만드는데 몇개월씩 걸리고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 악기의 양도 10여대 미만이라고 하니까... 원목고르는 일부터, 재단, 조각과 마감 등등... 작업에 들인 전문가의 손길이 가격에 모두 포함되겠죠. 이렇게 만들어진 국내 장인들의 악기는 미니멈 6-700만원대이고, 제작 콩쿨 수상 경력이 있는 장인들의 악기라면 천만원대 중후반을 훌쩍 넘깁니다.
여기서부터는 장인들의 명성과 숙련도가 악기 가격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태리나 독일 등 유럽 장인들의 악기는 2~3천만원 대이며, 유럽 명장들의 계보를 잇는 유명 가문의 악기라면 방금 제작된 새악기라도 8천~억대에 경매되기도 하니까요.
요즘은 유럽에서 제작 공부한 국내 장인들이 많이 활약하고 있고, 장인들이 공방과 악기상을 동시에 운영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국내 장인들에 대한 정보를 알고 계시다면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악기를 살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래 사이트는 국내 유명 장인들을 소개하고 거래도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http://www.f-hole.co.kr/
이태리 명장 프란시스 비쏠루티의 악기..... 불타는 오렌지 색과 이 아름다운 바디를 보라...ㅠㅠ
5. 올드 악기의 가격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일단 몇십년에 몇백년까지 상기와 같은 공정으로 만들어진 악기들에 세월의 두께가 앉으면 올드악기가 됩니다. 오래된 사찰의 툇마루에 앉아본 경험이 있는지요? 몇백년 세월동안 마르고 닳아서 두드려보면 통통~~ 가벼워진 마루 목재의 느낌을 아신다면 올드악기들이 어떻게 영롱하고 달콤한 울림과 음색을 갖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1,2번 악기들은 원목의 질이 그다지 좋지 않으므로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뒤틀리거나 망가지게 됩니다. 보통 에이징이 잘된 악기라면 최소 3, 4번 제작 과정을 거쳐 완성된 악기를 말하는 거지요.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이베이에 보면 공방 악기들이 수십년 흘러다니다가 라벨 조차도 망가진 채 경매에 올라옵니다. 100년 이내에 제작된 이런 악기들 조차도 썩 좋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으며, 악기상들은 유럽 등지에서 이런 올드 악기들을 대량으로 사들인다음 적당히 수리하여 상태를 복원하거나 상태좋은 앞판 뒤판들을 골라 재조립하여서 괜찮은 올드 소리를 가진 악기들을 판매합니다. 가격은 천만원대 미만입니다.
만약 라벨에 연도와 장인의 이름이 표시된 악기라면 2~3천만원대를 훌쩍 넘습니다.
믿을만한 보증서가 같이 있다면 1억 미만에서 부르는게 가격일 것입니다. 100년 이하의 악기는 모던, 100년 이상의 1700~1800년대 악기들은 올드악기라고 하며 우리가 책에서 찾을 수 있는 유명 악기 제작 가문의 악기들은 수천만원~수억대의 가격을 지불해야 합니다. (살떨리는 일입니다.) 음향적 가치에 인류 문화 유산으로서의 골동품적 가치가 더해져 형성되는 가격이므로 이쯤되면 갑부들의 미술품 수집처럼 부동산의 개념으로 봐야겠지요.
실제로 스트라디나 과르네리 같이 수십~수백억의 바이올린들은 연주자들이 아닌 기업가나 재단, 개인적 취향을 가진 갑부들이 소유하여 그때 그때 자신의 악기 가치를 높혀줄 유명 연주자들에게 대여하기도 합니다.
6. 어떤 악기를 선택할 것인가....
바이올린은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악기입니다.
대부분의 취미생들은 견착도 어렵고 운지도 손가락이 마비되는 듯... 초보시절의 그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1년안에 악기를 방구석에 쳐박아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ㅠㅠ 새로 시작하는 취미생들에게는 가장 저렴한 연습용 악기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악기상에 가면 연습용 악기 고급형도 권하는데... 사실 비추입니다.
마의 스즈키 4권을 넘어선 취미생이나 초딩들이라면 고급형 악기나 공방 수제도 권할만 합니다.
물론 공방 수제는 악기 사이즈 변경이 없어질 4/4 풀사이즈 이어야 할 것이고요. 수년간 부전공자들이 잘 길들인 공방 수제들은 가격면에서도 소리 면에서도 굉장히 좋은 선택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악기를 운좋게 만날 수 있는 행운이 뒤따라야 겠지만요.
수백만원대의 악기상에서 수집한 라벨 미상의 모던악기들은 잘만 고르면 수천만원대 악기 못지 않은 사운드를 뺄수도 있답니다. 이런 악기들은 일단 몇십년간의 세월을 견뎌낸 괜찮은 원목들로 봐야 할테니까요. 선생님이나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잠재력이 높은 악기를 골라낸 후엔, 악기상과의 가격 네고는 필수....ㅋㅋ 딱히 정찰로 정해진 가격같은건 애시당초 이런 악기에는 없게 마련이므로, 악기상들의 현란한 상술과 입담에 넘어가지 않을 지혜가 필요할 것입니다.
전공을 할게 아니라면 부모가 아이에게 사줄수 있는 최고의 악기는 공방 수제나 이런 악기들로 봐야겠지요. 그 이상의 악기들은 나중에 아이가 커서 자기가 돈벌때...ㅎㅎ
예원이나 예고 입시생들은 대략 2~3천대의 올드모던을 고르는 경향이 있고, 프로 연주자들의 악기 가격은 그들의 자존심이랍니다. ^^